본문 바로가기

보험이야기

실무자 입장에서 본 한화손보 사태에 대한 고찰(과연 한화손보의 잘못인가?)

 


우선 필자는 현재 퇴사 상태이며, 자동차보험부서가 아닌 장기부서에서 업무를 처리했었다. 재직 중 해당 구상권소송으로 언론에 크게 나온 부분만 확인 했지 내용까지는 상세히 확인하지 않았었으며, 퇴사 후 장난스런 친구의 물음에 해당 사고를 살펴보게 되었다.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던 한화손보 사태 당시 퇴사 준비로 사실 너무나도 바빴으며, 내게 배당된 건들을 다 처리 하거나 인수인계하고 가야된다는 압박감에 우리회사도 아닌 한화손보 사태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필자만 그런 줄 알았는데 정작 다른 직원들 역시 별다른 언급조차 하지 않거나 언급 하더라도 '담당 직원만 똥밟았다', '담당 직원만 X됐다' 정도로 마무리 지었었다.


이는 사실 보험사 직원 특성으로, 자기 배당 건들중에 이번에 불거진 이른바 '한화손보 초등학생' 사건 보다 더 복잡하고 짜증나는 건들은 하나 이상씩 가지고 있으며 안그래도 하루종일 이런 건들만 처리하고도 시간이 부족해 야근까지고 퇴근하는 입장에서 자기 건이 아닌 다른 건들 특히 다른 보험건들에 신경조차 쓰기 싫은것은 어쩌면 당연한 부분일 수도 있다.


생각해보라. 당신이 LOL 프로게이머인데 08시에 출근해서 20시까지 게임하고 퇴근하려는데 20시 부터 동료게이머들이랑 전날 있었던 스타크래프트 임요환과 홍진호의 게임에 대해서 논하겠냐는 말이다.


각설하고, 아직 퇴사한지 오래지 않아 보험사 물이 빠지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글을 쓰려 한다.


우선 간단한 사실확인을 먼저 하자면 아이 아버지는 무면허에 무보험이었으며, 상대차량의 보험사가 한화손해보험이며 과실 비율은 5:5이다.(과실 비율 부터 잘못되었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법원에서 정해진 과실 비율로 이 비율 자체가 법원의 잘못일 수는 있어도 한화손보의 잘못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보통의 경우 즉 아이 아버지가 무면허와 무보험이 아니었다면 각 보험사의 과실 상계 후(5:5로 복잡하지도 않다) 각각 지급처리하고 종결될 사건이었다.


하지만 아이 아버지는 무보험으로 상대차량의 보험사인 한화생명보험에서 사망보험금 1억 5천 중 법정 상속 비율 대로 아이(후견인 고모)에게 6천만원을 지급 하였고 아이 어머니(실종) 몫 9천만원을 보관(이 9천만원은 절대 보험회사가 떼어먹는돈도 아니며 그럴수도 없는 돈이며 추후 지연이자까지 합산하여 지급 될 돈이다.)

다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상대차량 치료비 명목 약 5천여만원이 쟁점인데 원칙적으로는 아이 아버지 보험사에서 과실비율(50%)만큼 지급처리 되었어야 하는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아이 아버지는 무보험이었고 상대차량의 보험사인 한화생명보험에서 처리 되었기에 과실 비율만큼 돌려달라고(구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문제는 보험금 지급은 법정 상속비율대로 하였으면서 구상권 청구 소송은 법정 비율대로 하지 않았느냐는 비난이며, 맹목적이며 원색적인 비난이 아닌 가장 타당한 비난으로 판단된다.


이 부분이 한화손보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볼 수 있을것이다. 이 경우 조금 더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접근했어야 하지 않냐는 비난에 어떻게 했으면 조심스럽고 섬세한 접근인지를 반문하고 싶다.


하지만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 경우는 굉장이 특수한 상황이다. 아이의 어머니는 베트남인으로 출국 및 연락두절로 소장이 전달될 수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아이 어머니가 출국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아이에게 지급된 6천만원 역시 친권자인 아이 어머니에게 1억 5천만원 전액 지급되었을 것이다. 아이에게 6천만원이 지급 된 것 자체도 사실 흔한 경우가 아니다.(기사 확인 결과 후견인인 아이의 고모에게 지급)


즉 다시말해 아이 어머니가 한국에 없기에 발생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화손해보험 입장에서는 2천만원정도는 안받아도 되는것인가? 그 상대가 초등학생이라면 받지 말아야 하는가?

시총 2천억 규모의 굴지의 대기업이기에 2천여만원 소송을 거는 것은 부도덕한 일인가? 당신 자산이 백억원이라면 돌려 받아야 할 돈 백만원 안받을 것인가?


내 자산이 백억이건 천억이건, 내가 받을 돈이 백원이던 천원이던, 돈을 받고 안받고는 내 자산규모에 비추어 타인이 정해주는것이 아니며, 비난의 대상 역시 아니다.


정단한 채권자의 권리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한화손해보험은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게재하였으며, 사과문의 내용에서도 확인 할 수 있듯 법적인 하자는 없으나 국민정서 및 도의상 사과 하며 / 향후 미성년 자녀를 상대로 구상권 청구를 하지 않을 것을 발표했다.


실무에서 미성년 자녀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는일이 많지 않기에 이런일은 극히 드문 사건이며 한화손해보험입장에서도 생각지도 않았던 부분에서 뺨을 맞은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담당 직원역시 해당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으면 본인 실적에 -2천만원 까먹고 들어가야하는 부분이었다.


공론화 됨으로 인해 모두에게 윈-윈 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한화손보 이미지만 엉망진창이 되었지만 한화손보 자체가 업계 6위로 시장점유율 5% 규모로 애초에 시장을 주도하는 회사도 아니었으며 한화 그룹에 대한 이미지도 원래 좋지 않았기에 크게 더 나빠질 이미지가 없기 떄문이다.


담당직원도 며칠 진땀빼었겠지만 긍정적으로 마무리 되었으며, 아이 역시 채무를 면하게 되었고, 타 보험사 역시 이번 사건을 통해 미성년 자녀 상대의 구상권 청구 메뉴얼을 신설(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런경우가 흔치 않기에 메뉴얼이 없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